-
11/2 수요일 아침
뜨거운 커피와 고구마, 프린트, 출근, 휴식 비슷한 루틴의 하루를 보냈고 참으로 반짝이는 가을날이다.우선 숍으로 출근해서 급한 택배들 호다닥 보내고 다시 서울로 출발
오늘 진짜 수상해
서울에서 일을 다 보고 드디어 갖는 휴식시간이었다. 그런데 거니는 풍경이 좋아서 그것 또한 휴식 같았다. 오랜만에 세컨드 커피도 가고 싶었고 맥도날드에서 치즈버거랑 뜨거운 라떼도 먹고 싶었고 새로 생겼다는 숍도 구경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애매하여 패스되었고 꼭 다시 가야만 했던 아이와에 왔다. 저번 주에 즐겼던 부드러운 아사히 생맥주와 시메사바를 후각이 돌아왔을 때 다시 한번 즐기고 싶다고 생각하여 두 가지는 고민도 없이 주문했다. 그리고 새로운 메뉴도 도전해보고 싶어서 양이 적당한 음식을 둘러보다가 토란 튀김과 굴튀김이 눈에 들어왔다. 굴튀김은 시즌 메뉴인데 지금 슬슬 굴 시즌이지 않는가. 고민을 하다가 역시 시즌 메뉴지 하고 굴튀김으로 주문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고등어를 먹고 맥주를 마시면 미소가 절로 났고 한 템포 늦게 나온 굴튀김은 살이 오동통, 갓 반죽을 묻혀서 튀겨낸 바삭. 신선. 뜨거움이 느껴져서 반 베어 물자마자 행복해지는 맛이다. 처음엔 타르타르소스를 참 많이 주시네 싶었는데 굴튀김에 레몬즙 코팅을 하고 나서 간장소스는 약간만 타르타르 듬뿍 찍어서 반을 베어 물면... 맥주를 한잔 더 주문하게 된다. 돌아가는 차 시간까지 많이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음식을 즐기느라 시간이 금방.. 금방 갔다. 종각역 직장인들이 부러워지는 모먼트. 다음번엔 토란 튀김과 생맥주로 서울에서의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내가 갔던 이자카야는 티브이에 일본 방송이 나오는데 보통 귀여운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그러다가 날씨가 나오고 날짜가 오늘과 같길래 녹화가 아닌 실시간이구나 싶었다. 일기예보가 나온 뒤 뉴스를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최근에 벌어진 참사를 다루고 있었다. 7시 뉴스였던 것 같은데 꽤 길게 다뤘고 정말 정말 슬퍼졌었다. 슬프다고 백번 적어봐도 천 번 오천 번 슬프다. 사실 슬프다고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할 수 있는 말이 존재하지 않는다. 애통하다, 안타깝다,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런 말들 전부 내가 느끼는 감정에 비해 한없이 가벼운 말들이다. 침묵과 깊은 한숨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참사에 대해 내 감정을 담아 표현해낼 수 있는 단어가 아직은 없다.
'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Shot out to y’all (0) 2022.11.10 더 러브 클럽 (0) 2022.11.06 구독자를 거부하는 블로그 (0) 2022.11.01 모시송편 (0) 2022.10.30 출근이 하고싶다 (1) 2022.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