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여름 휴가를 ‘혼자서’. ‘차를 타고’. ‘자유롭고 시끄럽게’. ‘최소한의 짐으로’. 떠나보자 였는데 막상 떠나는 시기가 찾아오자. 망설여졌다. 그것의 이유는 다름아닌 비.
장마인지 밀리고 밀려 8월은 비의 달이었다.
비가 오면 내 여행 계획의 전부인 > 해변에서 물개처럼 며칠을 누워서 보낼 수도 없게 되고 수영도 할 수 없고 등산도 하기 위험하며 장거리 운전하기에도 아주 위험했다.
일기예보는 비가 온다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안고 떠나보기로 결심했다. 부은 얼굴을 하고.출발할 때의 날씨는 청명하고 화창했는데 어째 강릉에 가까워질 때부터 먹구름과 약간의 비가 왔다가 그쳤다가 한다.
그래도 운전할 때 비가 안와준 것과 화창한 마음으로 음악을 들으며 즐겁게 장거리 운전을 한 것에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도착한 바닷가는 강한 바람에 파도가 다소 높았고 바람이 차고 끈적했다.
여행 전 몇몇 맛집들을 내 지도에 추가했었다.
저녁 식사를 하려 들른 곳 중 몇군데는 닫혀있거나 재료 소진으로 식사가 어려웠고 첫날의 최종 목적지의 경로에 있는 로컬 맛집이라는 막국수 집으로 향했다.
평소엔 물막파지만 비빔이 땡겨 비빔과 메밀만두를 주문했다.
되게 맛있고 깔끔하게 저녁 식사를 마쳤다. 또 들르고 싶은 곳이다.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폭우와의 조우
차박이 살짝 걱정되지만 아무튼 한다. 도전.드라이빙 로드가 장관이었다. 골짜기와 계곡과 숲과 낮은 구름에 해질녘. 그냥 톰요크 노래를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 순간을 녹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짧은 영상도 찍고..도착하자마자 사실 캔맥주부터 마셨다.
자리를 폈고 아늑하고 온도가 딱 좋았다.
높은 지대로 인해 구름인지 안개인지 그 안에 있는 차 안에서 편하게 밤을 보냈다.
산책을 하고 싶었지만 어둡고 어두워서 산책은 어려웠다.다음날 아침 제발 맑아라 제발 맑아라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눈을 떴다. 맑네? 비도 안오네?
또 한번 행복으로 부푼 마음으로 썬크림을 바르고 경치를 감상하며 바다로 향했다. 어제 봐둔 바다.
오전 바다를 즐기며 아침을 간단히 먹었다.바로 근처에 있는 커피숖에서 맛난 커피를 즐기고
휴가임에도 떨어질 수 없는 일도 해본다.테라로사는 커피 자체도 맛나고 편해서 어딘가에 가서 있다면 들르게 된다. 그리고 커피숖에서 나와서는 비가 부슬부슬 시원하게 오기 시작했다. 그때 마셨던 차고 맑은 공기가 기억난다.
속초로 이동.바위들로 가득했던 곳에 갔다.
비가와서 미끄럽진 않을까 살짝 아찔했지만 해가 잘 닿는 곳이라 그런지 미끄러울만한 요소는 없었다.
어떤 블로그에서 보았는데 영화 <헤어질 결심>을 이곳에서도 촬영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조금 더 와닿았고 한편으로는 생각보다 아담하다고 느꼈다. 하도 웅장하다는 이야기들이 많았어서 기대 아닌 기대를 했는데 유달산을 다녀왔어서 그런지 엄청난 웅장함은 아니었다. 그치만 구석구석 발견할 수 있는 조형적인 요소들이 좋았고 그 언덕에 굴러가지 않고 모여있는 바위들이 주는 기운이 조금 색달랐다. 아마 <헤어질 결심>의 여운도 뒤섞였겠지.속초가 좋은 점은 나의 사랑 맥도날드가 있다는 것이다.
어디에서든 가까울 수 있는 위치에.
그래서 속초로 이동하고 난 후에 맥도날드를 애용했다.
그리고 이때는 일적으로 이상한 템포가 겹치면서 식사를 하고 있던 생선구이집에서 생긴 일까지 나를 한순간에 다운되게 만들었다. 그 다운된 기분을 그냥 즐기고 명상했다. 그 다음에 맛있는 빵을 먹고 넷플릭스로 <더 폴리티션>을 재밌게 감상했다. 그랬더니 또 행복해졌다.
그러고나니 밤인데도 날씨가 개면서 별들이 보였다. 정면에 숨어있던 노란 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