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강원도 2

saji 2022. 9. 14. 01:19

낮은 구름떼와 쨍한 햇빛이 나를 깨워줘서 예상치 못하게 일출을 보았고 예상하지 못한 감동도 있었다.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자뒀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면서도 집으로 돌아가기위해 장거리를 운전해야하는 날인 것에 대비하여.

우선 아침을 해결할까 하다가 이 날씨를 어쩌면 좋지 싶어서 아침부터 바다로 향했다. 속초 해수욕장 아니고 외옹치로 향했다. 더 조용하고 뭐 없는 곳.

내가 이번 여행에서 계획했던 홀 3일간의 바다인간(물범)놀이는 드디어 3일차에서 이뤄졌다. 딱히 뭘 한다는 것 없이 사실 평소에 하던대로 먹고, 마시고, 읽고, 앉거나 누워있는 것인데 환경이 다르니 정말로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감정이 너무나 평화로웠고 오히려 이런 순간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라는 것에 가장 가까운 순간이다. 벅차거나 요동치는 것 없이 그냥 흐르고 조용한 그런 것들. 파도가 거세서 바다에 뛰어드는 건 못했지만 온 몸으로 파도를 맞았다. 몸 안에 모래가 다 들어가는 것조차 즐겼다.
아침부터 갔던 것을 잊고 있었는데 한적하던 해변에 점점 사람들이 차길래 시간을 보니, 그나마 조금 일찍 나온 사람들이었다. 그렇다 난 그 일찍나온 사람들보다 더 일찍 나온 사람이었던 것이다.
시간가는 줄도 몰랐고. 일어나고싶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소음이라든지 바로 옆에 텐트를 설치한다든지의 불편함이 생겨서 자리를 정리했다.

설악산을 좋아하지만 오르거나 전망대에 갈 계획을 세우지 못한 나는 울산바위가 잘보인다는 한 카페로 향했다. 카페는 건축이 좋았고. 울산바위가 잘보여서 좋았고. 낯익은 분위기의 사람들에 섞여있음도 좋았고. 넓어서 좋았다. 그런데 이 카페가 넓어서 직원도 여럿이었는데 내 커피를 주문 받아주신 분이 분명 우리 손님 같았다. 그런데 그 분이 이 먼 곳에 계실리는 없잖아 싶었고 다음에 오신다면 여쭤봐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분으로 추정되는 분이 샵에 방문하셨을 때 조심스레 여쭤보았더니 역시 맞다고 하셨다. 여행을 갔다가 좋아서 일을 하게 되셨다고. 부럽기도 했고 손님을 그곳에서 만났다는 사실도 재밌었다. 손님은 나를 먼저 알아보셔서 직원분들께 제가 좋아하는 숍 사장님이 오셨다고 이야기하셨다고 했다. 하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 방해가 될까봐 말씀 않으셨다고. S2

이번에 산을 위한 계획은 없었고
남은 시간 산을 더 눈에 담기 위해 무작정 차를 끌고 달렸다.
그리고 아름다운 곳을 마주했다. .. 강이 흐르고 숲이 있고 설악산이 있었다. 이곳은 지도맵도 없었고 주소도 모른다.
두번 다시 못다다를 것 같지만 또 산을 바라보고 간다면 또 가게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아름다워서 특유의 압도당함, 잔혹함도 있었다.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귀가하는 길 장시간 운전을 제대로 하려면?
커피가 필요하고
원준이 엉덩이빵 픽업하는데 주변에 맥날이 있다?
맥날 아메리카노를 사서 다시 먼길 떠날 준비

먹을 것을 정말 잔뜩 사왔다. 원준이 엉덩이빵 유명하길래 속는 셈치고 하나 먹었는데.. 비슷한 비주얼을 갖춘 빵을 먹어봐서 기대도 안했었지만. 정말 맛있었다. 발효반죽으로 겉은 쫄깃, 속은 바닐라빈 크림으로 꽉차있는데 이게 신기하게 안느끼하고 달콤 깔끔하다.
그래서 바로 집에 한박스 사가버리기. 그러면서 사심으로 다른 빵들도 골라 사왔는데 그냥 이곳은 빵 잘하는 집이다. 모든 빵이 맛있다. 동네 빵집이었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맛들..
이미 계산할 때 적립 번호가 있는 동네분들이 더 많았었는데 여긴 로컬 맛집이기도 한게 분명하다.

빵 예찬으로 이번 여행 박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