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십일월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나?

saji 2022. 11. 24. 00:24

십일월이 이렇게 따뜻할 수 있나? 그 어떤 전문학자들도 이렇다 할 명쾌한 원인을 내놓지 못하는 비이상적인 현상인 것이 분명한데 눈치 없이 난 기쁘다. 춥지 않아서 옷을 한 겹 덜 걸쳐도 되니까.. 그리고 맥주가 조금 더 맛있으니까 그리고 방을 환기할 때도 춥지 않으니까.


세월이 그대로 담긴 묵은지 책. 영수형의 어무니 소장 책을 빌려왔다고 한다. 한 장 한 장 읽어나갈 때마다 종이가 약간씩 찢어진다. .. 진귀한 구경이다. 게다가 커버 디자인이 쿨하다. 이것저것 다 해본 느낌.

최윤이와 라운지 바에 갔다. 집에서 도보 20분만 가면 랜선으로 듣던 Jesse you 의 믹싱을 직접 즐길 수 있는데 그것을 놓칠세라 나랑 제일 잘 놀아주는 윤이에게 가자고 제안했다. 윤이가 일정이 있다 하면 혼자라도 가서 놀고 싶다고 생각까지 할 정도.(그런데 혼자 가면 쑥스럽다) 다행히 소윤이가 함께했다. 먼저 그.고에가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을 하기로 했다. 그.고는 운영하는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 분명 같은 콘셉트인데 날 것의 느낌이 사라졌고 직원들도 교체되었고 분위기가 달랐다. 사실 그렇게 애정이 깃든 곳은 아니어서 딱히 그랬구나 하고 슬.라로 향했다. 층계를 따라 내려가면 인센스 향과 함께 석주의 귀에 때려 박는 믹싱이 반겨주었고 주종은 취하고 싶지 않아서 맥주를 주문해서 마셨다. 그런데 난데없이 샴페인을 보틀을 내주셨다. 왜.. 왜 주시는 거죠? 대답이 기억 안난다. 일단 놀라고 감사하다고 했으나 우리는 섞어마시는 것을 안 좋아해서 안 마시려고 밀어뒀다. 그런데 시간을 두고 녹고 있는 얼음들을 보니 기분이 동조됐다. 그래서 뭐. 마셨다. 마시고 음악도 듣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찌 된 영문인지 얼음과 같이 나도 녹아내렸는데 알고 보니 기다리던 타임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Jesse you 좋았다. 정말 정말 정말. 그래도 듣다보면 루즈하게 느껴질만도 한데 음악부터 믹싱까지 하나하나 주옥같아서 그럴 틈이 없었다. 귀가 맑아진다. 채워지면서 비워지는 기분. 플러스. 이런 음악 취향이 아닌 윤이의 눈도 동그래졌다. 그리고 너무 멋지셨었다. 몰입된 자세와 그 몰입에서 초 단위로 증명되고 있는 비트들.. 그래서 몰라도 그냥 신나는 거다. John멋 Jesse멋

나는 궁금증이 생겼다. 디제잉하는 동안 사람들이 본인을 촬영하는데 괜찮을까? 그렇다면 내향적일까 외향적일까? 하는 궁금증.. 사실 내향적이더라도 본인이 하는 일에 몰입과 집중을 하면 주변은 자연스레 조명이 꺼지겠지만 보통 몰입과 집중도 순간일 뿐이고 분명 흐트러질 때가 올 텐데 과연 순간의 부담감이 없을까? 가 가장 궁금했던 것 같다. 왜냐면 나는 일을 하는 모습을 손님이 촬영을 하실 때 몰입도 있지만 숨 고르는 그 사이에 가끔 부담감이 비집고 들어올 때가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음을 어떻게 대하는지가 사실은 알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쭤봤다. 물어본 사람들 모두 내향적이다고 하다. 역시나 어차피 집중되어서 상관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그렇긴 하다. 바이닐 디제잉은 정말 바빠 보이고 음악을 트는 사람이 집중하지 못한다면 들을 때도 긴가민가 느껴지겠지. 무튼 그렇게 이야기가 시작되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는데. 아마 한 시간 넘도록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때 난 말끔하고 멀쩡하게 취해있었던 것 같다. 헛소리도 했던 것 같다. 제어할 수 없는.. 아무도 취한 거 몰랐겠지. 나도 몰랐음.

마! 내가 조금 먹더라도 너 다 주고 싶다.

?

예쁜 드레스 보면 결혼’식’이 하고 싶어 진다. 식 끝내고 식사 시간에 입고 싶은 드레스. 이 상상 속에서는 이 드레스를 입고 인사하러 다니는 내 모습만 상상된다.

직장인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은 극적이거나 단순할지 몰라도 친구들과 나는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것을 기준점으로 이야기나 관심사가 나뉘어서 결국 친구들은 직장인 나는 비직장인으로 보이지 않는 선에 구분되어 대화가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를 왜 꺼내냐면 시간이 맞는 친구들끼리 언제 한번 여주로 아울렛 쇼핑을 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숍을 열지 않는 날에 시간이 되어서 나도 합류를 했다. 무엇을 사러 가야지 보다는 친구들이랑 드라이브 가는 마음으로. 그리고 도착해서는 함께 다녔는데 무엇을 꼭! 사려던 것은 아니지만 내가 관심이 있는 숍에서는 친구들이 관심이 없었고 반대로 친구들이 관심을 갖는 숍은 내가 지루해했다. 그렇게 서로 번갈아 불편하게 하는데 굳이 같이 이동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 배고프기도 했다. 그런 지지는 무리를 이탈하게 되는데... 개인주의자 사지. 공동체 생활에서 각자의 행복을 위한 효율을 찾아가는 나. 왜냐 개개인이 행복할 방법을 알아야 공동체가 행복을 잘 꾸려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이탈했기에 친구들도 덜 힘든 것일 건 분명하다. 결국 친구들에게 전화로 이야기를 하고 혼자 먹을 것을 찾아 나서는데 잘 없기도 하고 가는 길에 궁금한 곳은 들어가 볼까..? 다시 돌아오기도 귀찮은데 하고 와중에 숍은 다 들어가 봤다. 그러다 보니 배고팠던 것도 잠잠해지고 내 손에 종이백 두 개가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폴바셋에서 라떼도 마시고 싶어서 쉬기도 했다.(폴바셋 라떼 오랜만에 마시는데 정말 맛있네) 충분히 쉰 후 친구들 위치 파악할 겸 전화를 걸었는데, 다행스럽게도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서 한번 더 입어보고 구매할 거라고 했다. 그런데 와중에 친구들이 또 어떤 옷을 골랐을까 궁금해서 냅다 친구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옷도 봐주었다. 친구들에게는 정말 맞춤옷처럼 꼭 맞았다. 그런데 나와 정말 어울리지 않는 옷들로 가득했다. 그런데 직원분들이 친구가 한 명 늘었네요? 너무 예쁘다. 헤어도 그렇고. 너무 예쁘다~ 칭찬을 늘어놓으면서 농담 식으로 그러니까 자기도 얼른 하나 고르라 이야기를 했다. 칭찬은 얼마든지 감사합니다 하고 받을 수 있지만 숍을 하는 입장에서 웃지 않았다. 안 웃겼다. 자꾸만 나에게 이런 결의 농담을 던져서 못 들은 척 외면했다. 마지막까지도..

친구들아 사진에 같이 나와줘 우리 서른 추억 오케이?

가지마

!!가짖뫄

여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난 것을 먹고 왔으면 좋았겠지만 오늘 함께하지 못한 소은이를 만나서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해서 천안으로 돌아왔다. 반주하며 이야기 꽃 피우기. 이것도 좋아.

이렇게 따뜻한 십일월을 보내고 있다. 나는 외투를 얇게 입더라도 내복을 꼭 챙겨 입어서 올 초겨울이 유난히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