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콕 3
10/11
나는 그냥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도보 20-30분은 고민없이 그냥 걷는다. 그건 여행에서나 마찬가지이다. 11일이고 12일이 되면 도도가 방콕으로 오고 우리는 지금 머무르고 있는 호스텔을 떠나게 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전에 하려던 것을 하고 카오산 쪽으로 옮기려고 한다. 전 날 자기 전에 오늘을 최대한 도보로만 하여 돌아다녀보기로 결정했다. 채소와 비슷한 활동 반경이었지만 나는 걷고 싶기도 하고 아침에 맛있는 커피가 먼저 먹고 싶어서 각자 다니다가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나는 가볍게 걸었고 행복했다. 그 날이 가장 더웠던 날이었기도 하다. 아무튼 걷고 걷다가 뭐가 보이면 들어가고 또 길거리 음식도 사먹고 생물로 닭과 오리까지 팔던 현지 시장에도 가보고 새로운 동네도 가보고 거기서 방콕와서 마셨던 커피 중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가봤던 동네도 가보고 공원도 거닐고.. 땀도 많이 흘려서 지치기도 했지만 특 대만족이었다.


망고계의 아오리사과쯤 되려나 그린 맹고
예전엔 정말 맛이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엔 맛있길래 내 입 맛이 철든 줄 알았더니 이 집이 잘하는 집인가보다. 노점인데 과일을 포대로 가져다놓고 직원 세명이서 기계처럼 망고만 깎고 있길래 오 좀 되는 집인가 본데 맛있으려나? 하고 사먹은 것도 맞다.














이렇게나 맛난 커피가 두잔에 130밧


우리 소윤이 망고 좋아해서 망고사다주려고 다시 시장으로 돌아가다가 맥도날드 왕 커다란게 있길래 무조건 들려봤다. 이 나라 맥도날드는 뭐가 많다. 베이커리도 있고 커리도 판다. 못먹어봤다. 다른 것들 먹을게 많아서.. 대신 차가운 레몬티를 먹어봤는데 그냥 달고 시원한 아이스티였다.























채소와 나는 룸피니에서 만났고 짧은 만남 후 채소는 아로마 마사지를 받으러 떠났다. 그리고 나는 공원에서 잠들었다. 새들이 무서워서 오래 못잤다. 그런데 젖은 잔디에서 저렇게 자는 사람을 보며 마냥 부럽기만 하다.










저녁엔 내가 사가고 소윤이가 깎은 망고를 나나와 셋이서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나나가 오늘 방콕에 사는 지인과 갔다던 식당은 정말 맛있어보여서 저장해뒀다. 나나는 영어가 도무지 늘지 않는다고 매일 유튜브로 공부하는데도 정말 어렵다고 얘기를 시작했다. 영어가 어렵다는 말에 공감이 가서 계속 영어 회화를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나나가 영어할 때 두려운 순간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채소 티쳐가 그건 본인 스스로 못한다는 평가이고 사실은 듣는 사람은 별 생각 없다고 무조건 많이 말을 뱉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정말 맞는 이야기다. 나도 내가 못해서 못하는 사람되는게 두려워서 더 안하게 됐던 것인데 그럴 수록 완벽하게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순간 인지했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을 잘 못한다는 타이틀을 붙였던 것이고 또 영어를 잘하는 척할 필요도 없다는 것도 새롭게 생각해봤다. 음식을 주문할 때도 괜히 알지만 한번 더 영어로 읽는다거나 완전한 문장을 구사하지는 못해도 어설프게라도 한다든가. 해본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갑자기 어떤 결심이 서서 나는 호스텔에 있던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걸고 다니기 시작하는데...



그리고 나는 최윤에게 요즘 mz에게 트랜드인 미노이 감성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고 한다...(끝)